연애는 프로, 결혼은 아마츄어

리뷰

개봉일: 1994년 2월 18일
감독: 이두용, 김도경
각본: 박경일
연출: 이두용, 김도경
장르: 멜로/로맨스, 코미디, 드라마
제작사: 두성영화
상영시간: 100분
등급: 연소자불가 (15세 이상 관람가)

  • 강석우: 윤지섭 역
  • 박선영: 방정희 역

어느덧 결혼한 지 십 년이 넘었다.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때의 설렘은 점차 익숙함으로 변했고, 결혼 후에는 삶의 현실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사랑을 배워가는 중이다. 그렇기에 1994년 개봉한 영화 '연애는 프로, 결혼은 아마츄어'를 다시 보면서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20대 시절에는 가볍게 웃으며 봤던 장면들이 이제는 더 깊이 공감되었다.

윤지섭(강석우)은 나의 옛 모습을 닮아 있었다.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며 영화평론가로 활동하는 그는 독신주의를 고집하는 인물이다. 반면 방정희(박선영)는 거침없는 성격의 영화 잡지사 기자로,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적극적인 태도를 취한다. 정희가 지섭을 찾아가 원고 청탁을 하는 장면은 단순한 업무 요청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속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란 원래 그렇게 시작되는 것 아닐까? 누군가는 선을 긋고 거리를 두려 하지만, 다른 한 사람이 적극적으로 다가와 벽을 허문다.

영화는 지섭이 갑작스럽게 7살 여자아이 초록을 맡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외교관이었던 부모를 사고로 잃고 외삼촌 밑에서 자라던 초록은 그마저도 외국으로 떠나게 되면서 지섭의 곁에 남는다. 독신주의자였던 지섭에게 아이를 맡긴다는 설정이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살다 보면 인생이란 원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처음에는 난감해하던 지섭도 점차 초록을 통해 자신의 삶에 변화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문득, 나도 처음 아내를 만나 결혼을 고민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연애는 어느 정도 능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결혼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여전히 아마추어였다. 영화 속 지섭 역시 비슷한 길을 걸어간다. 독신주의자로 살아온 그가 초록과 정희를 통해 변화하는 모습은 마치 나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듯했다. 나 또한 처음에는 새로운 관계와 책임이 부담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연애는 기술이지만, 결혼은 경험을 통해 배워가는 과정이라는 것. 우리는 연애를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지만, 결혼을 통해서야 비로소 진짜 사랑을 배우게 된다. 결혼이란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지칠 수도 있지만, 결국은 서로를 이해하고 맞춰가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 후반부, 지섭의 부모가 주선한 맞선 자리에서 정희가 초록을 데리고 등장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지섭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궁금해지는 순간, 그는 결국 사랑을 선택한다. 어쩌면 그 순간이야말로 그가 연애의 프로에서 벗어나, 비로소 결혼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순간이 아닐까 싶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영화가 사랑받는 이유는, 연애와 결혼이라는 주제가 시대를 초월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대가 변해도 사랑과 관계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여전히 사랑 앞에서 서툴고,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데 있어 시행착오를 겪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가 끝나고, 아내와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도 연애할 땐 프로였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아마추어였던 것 같아.”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나도 맞장구를 쳤다. “그래서 계속 배우고 있잖아.” 그리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마 이 과정은 평생 계속되지 않을까? 결혼은 결국, 서로를 배우고 이해하는 끝없는 과정이니까.

    이슈 및 관객 반응

    이슈

    1. 박선영의 주연 발탁: 박선영은 이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습니다. 당시 그녀는 MBC 공채 21기 탤런트로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 배우였습니다.
    2. 강석우와의 호흡: 베테랑 배우 강석우와 신인 배우 박선영의 조합은 당시 화제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3. 박선영의 연기 경험: 이 영화는 박선영에게 중요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녀는 이전에 '가슴 달린 남자'(1993)에서 주연을 맡은 경험이 있었지만, 이 영화를 통해 더 많은 연기 경험을 쌓았을 것입니다.
    4. 로맨틱 코미디 장르: 이 영화는 당시 한국 영화계에서 점차 인기를 얻고 있던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작품이었습니다. 이는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입니다.
    5. 이두용 감독의 작품: 이두용 감독은 한국 영화계의 중견 감독으로, 그의 지도 아래 촬영이 진행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관객 반응

    1. 영화는 1990년대 한국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대표작으로 인정받았습니다.
    2. 강석우와 박선영의 연기 호흡이 좋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3. 독신주의자의 변화와 성장을 코믹하게 그려낸 점이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었습니다.
    4. 당시 한국 사회의 결혼관과 연애관을 잘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5. 아이를 돌보는 과정을 통해 주인공의 변화를 그려낸 점이 신선했다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6. 일부 관객들은 영화의 전개가 다소 뻔하고 진부하다고 느꼈습니다.
    7. 독신주의에 대한 묘사가 피상적이라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8. 여성 캐릭터의 묘사가 고정관념에 치우쳤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9. 일부 관객들은 영화의 코미디 요소가 과장되었다고 느꼈습니다.
    10. 결말이 너무 뻔하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

    1. 결혼 이야기 (1992)

    라디오 방송국 PD 태규와 단역 성우 지혜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합니다. 그러나 신혼 생활은 그들이 상상했던 것과는 매우 다릅니다. 사소한 일상부터 시작해 침실에서의 문제까지, 두 사람은 끊임없이 대립하게 됩니다. 결혼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서로에 대한 실망감이 쌓이면서 갈등은 극에 달합니다. 결국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아프게 했던 상처와 기억들이 치유되기 시작합니다. 태규와 지혜는 각자의 삶을 돌아보며 서로에 대한 이해와 용서를 배우게 되고, 결국 더 성숙한 관계로 다시 만나게 됩니다. 이 영화는 신세대 부부의 결혼 생활과 성을 솔직하게 다루며, 당시 한국 사회의 변화하는 결혼관을 반영했습니다.

    1. 그 여자, 그 남자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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