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암
리뷰
개봉일: 1990년 3월 24일
감독: 박철수
각본: 이윤택
연출:
박철수
장르: 드라마
제작사: 태흥영화
상영시간: 115분
등급:
전체 관람가
- 김혜수: 안젤라수녀 역
- 심재림: 길손 역
- 서예진: 감이 역
- 조상건: 행운스님 역
- 김용림: 원장수녀 역
한때,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면 마음 한 구석이 저릿해지는 때가 있었다. 그때 나는 비록 물리적인 고통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허전함과 외로움은 결코 가볍게 다룰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다. 그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영화, 바로 '오세암'이 떠오른다. 이 영화는 나에게 무엇보다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고, 나의 삶과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영화 '오세암'은 박철수 감독이 정채봉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고아원에서 자라던 길손과 그의 맹인 누나 감이가 주인공인 이 이야기는 단순히 두 아이의 여정을 다룬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 존재의 순수함과 그 순수함이 맞닥뜨리는 차디찬 현실이 밀도 있게 그려져 있다. 나는 그 영화를 보면서 한없이 가벼워지는 마음과 함께, 동시에 무겁게 다가오는 무언가를 느꼈다.
길손과 감이는 모두가 그리워하는 고향을 찾아 떠난다. 그들의 발걸음은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그 무엇보다 순수하고도 강렬한 것이다. 나 또한 그 마음을 알 것만 같았다. 어린 시절, 나도 떠나고 싶은 곳이 있었다. 그곳은 고향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내가 가고 싶은 곳이었다. 길손과 감이처럼, 그리움에 가득 찬 마음으로 나도 한때 세상에 맞서 싸운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아이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너무나 잔인했다. 고향은 물에 잠기고, 감이는 폭행을 당한다. 그들의 여정은 그리운 고향을 찾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벽과 마주하는 길이 되어버린다.
이 영화는 내가 성장하면서 겪었던 무수한 갈등을 떠오르게 만든다. 나도 어쩔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내 희망을 키워왔고, 그 희망이 마주하는 가혹한 현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길손과 감이가 우연히 만난 행운스님과 절에서의 삶은 잠시나마 위안을 주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삶의 결말은 너무나 비극적이었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잠시나마 위안을 받던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세상의 냉혹한 현실은 나에게도 다가왔고, 그때마다 내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순수한 희망일까, 아니면 그 희망을 유지할 힘이었을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길손이 누나가 눈을 뜰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생을 마감하는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나는 그 순간을 보고 나서 여러 날 동안 내내 생각했다. 그가 가지고 있던 마지막 희망은 비록 허무하게 끝나버렸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척 강렬했다. 그는 고통 속에서도 누나의 눈을 뜨게 하겠다는, 그 단순하고도 순수한 바람을 품고 있었다. 내게도 그런 바람이 있었고, 지금도 그런 바람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그때마다 그 바람은 나를 움직이게 하고, 때로는 나를 아프게도 한다.
'오세암'은 단순한 비극을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시한다. 영화 속 안젤라 수녀는 인간의 선의와 그 선의가 현실의 벽 앞에서 부딪히는 모습을 그려낸다. 나는 그녀의 고뇌와 싸우는 모습을 보며 내 삶을 돌아보았다. 내게도 여러 번 그런 순간들이 있었고, 그때마다 나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내게는 그저 순수한 사랑을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희생과 인내가 필요했는지 나는 점차 알게 되었다.
'오세암'을 보고 나서 나는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아왔는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그 깨달음 속에서 다시 한 번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되새기게 되었다. 그 길은 순수함과 사랑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의 길일 것이다. 영화는 내게 순수함을 지키는 것의 중요함을 일깨워주었고, 그 순수함이 때로는 인간을 가장 강력하게 만든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결국, '오세암'은 나에게 인생의 본질을 돌아보게 만든 영화였다. 그저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채 살아가려는 길손과 감이의 모습은, 그들의 비극적인 결말 속에서도 깊은 감동을 주었고, 나는 그들의 순수함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을 배우게 되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순수함과 사랑을 되찾기 위한 고백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쳐버린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이슈 및 관객 반응
이슈
- 이 영화는 불교와 가톨릭 사이의 화해를 주제로 다루고 있어, 당시 종교 간 대화와 화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김혜수, 심재림, 서예진, 조상건 등 당시 신진 배우들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었습니다.
관객 반응
- 영화의 사실주의적 접근과 좋은 작품성이 인정받았습니다.
- 화면의 아름다움과 충실한 내용, 주제 전달이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예상과 달리 재미있었다는 반응이 있었으며, 지루하지 않고 빠른 연출이 돋보였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 대사가 다소 "국어책 분위기"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재미있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 작품성에 비해 흥행에서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 "사실주의적 좋은 영화들" 중 하나로 언급되었지만, "흥행 참패"를 겪었다고 합니다.
- 일부 관객들은 영화를 보기 전에 지루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 좋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
-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1989)
영화는 한국 불교의 전통과 현대 사회의 갈등을 다룹니다. 주인공 혜초는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스님의 제자가 되어 산사에서 자랍니다. 성인이 된 혜초는 세속의 유혹에 빠져 절을 떠나지만, 도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합니다. 그는 우연히 만난 여인 지선과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의 죽음으로 큰 상처를 받습니다. 혜초는 다시 산사로 돌아와 수행을 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겪습니다. 영화는 불교의 가르침과 현대 사회의 가치관 사이에서 고뇌하는 젊은이의 모습을 통해 삶의 의미와 진정한 깨달음에 대해 성찰합니다.
- 아제 아제 바라아제 (1989)
이 영화는 한국 불교의 역사적 인물인 원효대사의 일대기를 그립니다. 원효는 어린 시절부터 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수행을 시작합니다. 그는 진리를 찾아 중국으로 가는 길에 해골에 고인 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습니다. 이후 원효는 귀국하여 대중들에게 불교를 쉽게 전파하는 데 힘씁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신분의 벽을 넘어 왕의 딸과 사랑에 빠지고 아들을 낳습니다. 영화는 원효의 삶을 통해 불교의 대중화와 한국 문화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며, 동시에 인간적인 고뇌와 열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 만다라 (1981)
영화는 두 승려의 여정을 통해 불교의 본질과 현실 세계의 갈등을 탐구합니다. 젊은 승려 범두는 도시의 유혹에 빠져 절을 떠나고, 그의 스승인 지산은 그를 찾아 나섭니다. 범두는 도시에서 술과 여자, 돈의 유혹을 경험하며 방황합니다. 한편 지산은 산 속에서 수행하는 은둔 승려 성진을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눕니다. 영화는 이 세 승려의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통해 불교의 다양한 해석과 실천 방식을 보여줍니다. 결국 범두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다시 수행의 길로 돌아오지만, 그 과정에서 겪은 경험들은 그의 불교관을 더욱 깊고 넓게 만듭니다. 영화는 종교적 교리와 현실 세계 사이의 긴장, 그리고 진정한 깨달음의 의미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제공합니다.
0 Comments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