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몰라요
리뷰
개봉일: 1988년 7월 1일
감독: 이규형
각본: 이규형
연출:
이규형
장르: 드라마, 청춘영화, 하이틴(고교)
제작사:
태흥영화
배급사: 태흥영화
상영시간: 95분
등급:
연소자관람가
- 김세준: 준 역
- 김혜수: 유라 역
어른들은 몰라요는 내가 청소년 시절을 보내던 그 시절, 나와 비슷한 고뇌와 갈등을 안고 있던 많은 친구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질문들을 정면으로 던졌다. 그 당시 나는 10대 후반의 불안정한 시기에 놓여 있었고, 영화는 나와 동시대의 청소년들이 겪는 삶의 단면을 그렸다. 하지만 그저 나와 같은 또래의 고백이라고 생각했던 이 영화는 세대 간의 갈등과 그 사이에서 불거진 이해의 부재를 다룬 작품이었음을 그 후에야 깨달았다.
영화의 중심인물, 유라는 내가 경험했던 그 시간 속의 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까운 인물이었다. 유라는 사춘기를 겪으며 자신의 내면과 싸우고, 어른들이 제시한 규범과 기대 속에서 고군분투한다. 나는 유라의 방황을 보면서 그 시절 내가 겪었던 불안과 혼란을 떠올렸다. 부모님과의 소통 부족, 친구들과의 미묘한 갈등, 세상에 대한 불만족. 모든 것이 나와 닮았다. 유라는 그 모든 감정을 풀어내는 유일한 방법으로, 세상에 대한 반항을 선택한다. 그런데 그 반항이 단순히 '사춘기의 한 장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라가 내면에서 품고 있던 깊은 갈등을 보여준다. 그 갈등은 단순히 나쁜 어른들에 대한 원망을 넘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이었고, 동시에 미래에 대한 불안이었다.
유라의 방황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그 시절 나만의 작은 세상에 갇혀 있었다. 나는 어른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꼈고, 그들과의 소통이 단절된 것처럼 생각했다. 유라의 부모도 그저 그녀의 반항을 사춘기적 현상으로 여길 뿐, 그녀가 겪는 복잡한 내면의 갈등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 모습은 나와 내 부모님의 관계와도 겹쳐 보였다. 부모님은 나의 변화를, 내면에서 겪고 있는 갈등을 단순한 사춘기의 하나로 치부했지만, 나는 그저 내 얘기를 들어주기만을 바랐다. 그런 갈망이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어쩔 수 없이 자라나는 과정에서 내가 겪은 혼자만의 싸움이었다.
영화에서 최양락이 연기한 준의 캐릭터는 유라에게 세상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준은 유라에게 인간 본연의 순수함과 따뜻함을 선사하며, 그녀의 고통을 이해해주는 존재가 된다. 그 모습은 나에게도 큰 위로가 되었다. 어른들이 몰라주는 그 갈등 속에서 준 같은 인물이 나타나 그녀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것처럼, 나에게도 그런 존재가 필요했었다. 그 사람은 결국 내가 스스로 되어가면서 찾을 수 있었다. 그때 내가 갈망했던 것은 다른 사람들의 따뜻함이 아니라, 나 자신을 이해해주는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된 것은 많은 시간이 흐른 후였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결국 단순히 청소년의 방황을 그린 영화가 아니다. 그 속에서 드러나는 건 청소년들이 그 시기에 겪는 갈등, 그리고 그 갈등의 이면에 숨겨진 어른들의 무심함과 세대 간의 부조화이다. 그 시대의 어른들이 갖고 있던 불완전한 이해는 어쩌면 우리가 지금도 계속해서 겪고 있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 어른이 된 후, 내가 청소년이었을 때 느꼈던 그 고립감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여전히 완벽한 이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영화에서 제시된 메시지와 같이, 청소년들이 느끼는 혼란과 갈등을 조금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 영화가 개봉 당시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하지만, 내가 보았던 것은 세대 간의 간극을 메우려는 애정 어린 시도였다. 그 시절, 그리고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어른들'이 청소년들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때 청소년이었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여전히 그러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그들이 몰라서가 아니라, 몰라주기를 선택하는 현실을 통찰하는 작품이다. 결국, 이 영화는 그 누구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이해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슈 및 관객 반응
이슈
- 최양락의 캐스팅 관련 일화: 최양락은 이 영화에 출연했지만, 그 전에 김혜수가 출연한 "깜보"에서 박중훈이 맡은 제비 역할의 물망에 올랐었습니다. 그러나 도시적인 얼굴이 아니라는 이유로 (최양락은 충청도 시골 출신) 그 역할을 맡지 못했습니다.
- 김혜수의 초기 작품: 이 영화는 김혜수의 초기 작품 중 하나로, 그녀의 연기 경력 초반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 다양한 배우 출연: 김세준, 김혜수를 주연으로 하여 장정국, 이건주, 최양락, 김현수, 전유성 등 다수의 배우들이 참여했습니다.
- 청소년 문제를 다룬 작품: 1980년대 후반 한국 사회의 청소년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당시 사회적 이슈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관객 반응
- 가출 청소년들의 현실을 리얼하게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배우들의 연기력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 영화가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 과도한 욕설과 폭력성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는 관객들이 있었습니다.
- 일부 관객들은 영화의 묘사가 지나치게 과장되었다고 느꼈습니다.
-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인해 정작 청소년들이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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