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가고 싶다
리뷰
- 개봉일: 1993년 12월 25일
- 감독: 박광수
- 각본: 이창동, 임철우, 박광수
- 연출: 박광수
- 장르: 드라마, 사회물, 반공/분단, 전쟁
- 제작사: 박광수필름
- 상영시간: 101분
- 등급: 고등학생 관람가
- 안성기 (김철 역)
- 문성근 (문덕배/문재구 역)
- 심혜진 (옥님 역)
- 안소영 (벌떡녀 역)
- 이용이 (업순네 역)
- 김용만 (황동팔 역)
- 허준호 (순돌이 역)
어떤 한 여정이 끝나면, 그 여정에서 겪은 갈등이나 아픔이 남는다. 그 아픔이 어떻게 나를 정의하는지 모르지만, 분명 그 아픔이 나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 영화 속 문덕구와 같은 인물이 겪는 고통을 보면서, 나는 나의 삶 속에서 경험한 비슷한 갈등을 떠올린다. "그 섬에 가고 싶다"라는 영화에서의 문덕구처럼, 나 역시 삶의 어떤 끊어진 연결 고리를 찾고자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이, 바로 그 섬이 아니었을까 싶다.
1993년, 박광수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나에게 단순한 영화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영화 속 섬은 폐쇄적이고 갈등이 얽힌 공간으로 그려지며, 이를 통해 한국 사회의 분단과 이념 대립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문덕구가 고향으로 아버지의 유해를 옮기려는 과정에서 겪는 갈등은, 그의 고향과의 단절이자, 그가 그토록 갈망하는 어떤 대면의 순간처럼 다가왔다. 사실 나도 비슷한 감정을 경험했었다. 고등학생 시절, 재수 기간 동안 마주했던 마음속 갈등은 그야말로 이념적 대립이 아닌, 내가 나를 이해하려는 본질적인 갈등이었다.
문덕구의 시도처럼, 나는 나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었고, 그 상처는 어쩌면 나의 가족과의 단절, 또는 내가 가진 불안정한 자아와의 싸움에서 비롯되었던 것 같다. 내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문덕구가 고향의 섬으로 가고 싶어 했던 그 마음이 내가 진정으로 그리워했던 곳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속에서 인민군으로 위장한 국군의 섬 상륙과 그로 인한 갈등은, 결국 이념의 폭력성과 허구성을 비판하는 장면으로 전개된다. 그것은 마치 내가 인생에서 맞닥뜨렸던 무수한 이념적, 가치적 충돌처럼 느껴졌다. 나 역시 사회적, 개인적 갈등 속에서 마주한 많은 선택이 내게는 그러한 폭력적 갈등처럼 느껴졌으니까.
영화를 보면서 나는 문덕구와 그의 아버지 문덕배가 마주하는 갈등의 진정성과 아픔을 공감했다. 이 영화는 전쟁의 상처를 간직한 사람들, 그리고 그것을 치유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것은 바로 나의 이야기, 내 인생의 이야기와도 닮았다. 나도 많은 갈등 속에서 해답을 찾으려 했고, 그러한 노력들이 나를 좀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어갔다고 느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는 내가 한때 꿈꿨던 갈망을 상징적으로 표현해주는 작품이다. 그 섬에 가고 싶다는 마음은 단순히 물리적인 장소를 넘어서, 나의 과거, 나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의지와도 같았다. 그러나 그 섬은 결코 단순히 도달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으며, 나는 이 영화를 통해 내가 정말로 가고 싶었던 곳이 어디인지 조금 더 명확히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진정으로 치유되고 싶었던 마음의 공간이었으며, 그것을 되돌아보면서 나는 조금씩 내가 갖고 있던 상처를 인정하고, 그것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사람들은 상처를 통해 자아를 성찰하며 성장해 나간다. 그리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화해와 연민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이 영화는 나에게 던져주었다. 나는 이 영화가 던진 질문들을 마음 깊이 새기며, 나도 내 상처를 치유하고 조금씩 나아가야겠다고 결심한다. "그 섬에 가고 싶다"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내가 성장하고 있는 여정 속에서 그 섬을 향해 나아가는 내가 되고 싶은 이유를 알려주는 작품이었다.
이슈 및 관객 반응
이슈
- 독립 제작: 박광수 감독은 충무로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제작비 조달을 위해 1993년 자신의 영화사인 '박광수필름'을 설립했습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이 회사에서 만든 첫 번째 영화였습니다.
- 촬영 환경의 어려움: 문성근 배우의 회고에 따르면, 유영길 촬영감독이 원하는 장면을 얻기 위해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야 했다고 합니다. 이는 촬영 환경의 어려움을 보여줍니다.
- 높은 제작비: 당시 기준으로 블록버스터급인 2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되었습니다. 이는 독립 영화로서는 상당히 큰 규모였습니다.
- 최첨단 장비 사용: 스테디캠, BL4S 등 당시 최첨단 촬영 장비를 사용했습니다. 이는 영화의 기술적 품질을 높이는 데 기여했을 것입니다.
- 해외 촬영: 영화의 일부 장면은 베트남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이는 한국 영화로서는 드문 시도였습니다.
- 원작 각색: 임철우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원작의 내용을 영화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이 있었습니다.
관객 반응
- 일부 관객들은 이 영화를 "영화 같은 영화"로 평가하며, 당시 한국 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작품이라고 칭찬했습니다.
- 분단 의식과 휴머니즘을 결합한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었습니다.
- 전쟁의 비극과 인간성 파괴를 섬세하게 그려낸 점이 인상적이었다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 여성에 대한 억압과 피해를 조명한 점에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영화가 상업적으로 실패했으며, 평단에서도 반응이 좋지 않았습니다.
- 일부 비평가들은 감독의 리얼리즘이 배우에 과도하게 의존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자극적인 소재를 선택하여 리얼리즘 화법 속에서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 장애인을 다룬 영화라는 점에서 흥행에 대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
- "초록물고기" (1997)
막동이는 군 제대 후 고향인 영등포로 돌아옵니다. 그는 우연히 조직폭력배 상두를 만나 그의 부하가 됩니다. 막동이는 순수한 성격으로 조직 생활에 적응하려 노력하지만, 점차 폭력의 세계에 빠져듭니다. 한편 그는 상두의 애인 미애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영화는 막동이가 폭력 조직에서 겪는 갈등과 사랑, 그리고 그의 순수성이 파괴되어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막동이는 결국 자신의 순수함을 지키기 위해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영화는 1990년대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리얼하게 보여주며, 순수한 영혼이 타락해가는 과정을 통해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 "박하사탕" (1999)
영화는 주인공 영호의 인생을 역순으로 보여줍니다. 현재의 비참한 모습에서 시작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그의 삶을 조명합니다. 영호는 1999년 기차길에서 "나는 갈 거야!"를 외치며 자살합니다. 이후 영화는 그의 과거를 보여주는데, 택시 기사 시절, 경찰 시절, 그리고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군인이었던 시절로 돌아갑니다. 각 시기마다 영호는 폭력에 가담하거나 무력감을 느끼며 점점 더 비극적인 인물로 변해갑니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순수했던 고등학생 시절의 영호를 보여주며, 그의 인생이 어떻게 변질되었는지를 관객에게 생각하게 합니다.
- "파이란"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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