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
- 개봉일: 2012년 7월 25일
- 감독: 최동훈
- 각본: 최동훈, 이기철
- 제작사: 케이퍼필름
- 배급사: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 장르: 액션, 드라마
- 상영 시간: 135분
-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김윤석: 마카오박 역
- 이정재: 뽀빠이 역
- 김혜수: 팹시 역
- 전지현: 예니콜 / 예복희 역
- 김수현: 잠파노 역
- 김해숙: 씹던껌 역
- 오달수: 앤드류 역
- 임달화: 첸 역
- 증국상: 조니 역
2012년 여름은 무척이나 뜨거웠다. 거리의 공기도, 사람들의 마음도 뜨겁게 달아올랐던 기억이 난다. 영화관 앞은 사람들로 넘쳤고, 그 중심엔 역시나 『도둑들』이 있었다. 최동훈 감독 특유의 속도감 넘치는 리듬과 화려한 스타들. 전지현, 이정재, 김혜수, 김수현까지, 극장 포스터 위의 얼굴들만으로도 이미 승부는 끝난 듯했다. 나 역시 더운 여름을 뚫고 극장 안으로 몸을 던졌다.
기대는 솔직히 높지 않았다. 그저 화려한 볼거리와 재치 있는 대사들로 무장한, 흔한 여름 블록버스터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첫 장면부터 감독의 재치와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력이 화면을 꽉 채우자, 나도 모르게 화면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정재가 맡은 뽀빠이는 시종일관 능청스러웠지만, 내면에는 뒤엉킨 감정의 덩어리가 꿈틀거렸다. 그의 웃음 뒤엔 어딘지 씁쓸한 그림자가 있었고, 예니콜(전지현)의 톡 쏘는 말투와 달콤한 미소 뒤에는 어쩐지 가벼운 슬픔이 느껴졌다. 주인공들은 서로 농담을 던지고 농담처럼 서로를 속였지만, 그것은 마치 그들의 진짜 감정을 감추는 위장이었다.
마카오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도둑질 작전이 진행될 때,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 완벽한 타이밍과 정교한 손놀림, 그 사이로 뻔뻔한 대사들이 쉴 새 없이 오갔다. 한순간의 실수가 모든 걸 망칠 수도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영화의 재미 요소가 되었다. 하지만 이 통쾌한 액션 이면엔 치밀하게 감춰진 인간의 욕망과 배신이 도사리고 있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문득, 이들이 결국 훔치고자 했던 게 보석이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삶을 훔치고 싶어 하는 듯 보였다. 홍콩 마카오 카지노의 화려함 뒤로 비친 어두운 욕망, 겉으로는 돈과 보석이 목표였지만 결국 그들이 원한 건 다른 사람의 삶 그 자체였다.
나는 뽀빠이와 팹시의 복잡미묘한 관계가 특히나 인상 깊었다. 서로를 미워하는 척하면서도 끝내 미워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이 오가던 그들의 눈빛에, 나는 과거에 마주쳤던 내 오래된 관계들을 떠올렸다. 인생에서 한 번쯤은 비슷한 관계에 얽혀봤을 것이다. 한 번도 깨끗하게 설명되지 않은, 애증으로 뒤섞인 관계 말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예니콜이었다. 예쁘고 발랄한 줄만 알았던 그녀가 때론 차갑게 배신하고, 때론 믿을 수 없을 만큼 따뜻하게 손을 잡는 모습이 이상하게도 가장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녀는 세상과 끊임없이 밀당하며 살아가는 현대 여성의 모습 그대로였다. 눈치껏 세상을 읽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가면을 바꿔 쓰는 사람들. 사실 우리 모두가 조금씩은 예니콜일지도 모른다.
영화 속 케이퍼가 진행되는 동안 배신과 반전이 이어졌다. 스크린을 바라보던 내 얼굴에 긴장감이 서렸고, 한편으론 씁쓸함도 느꼈다. 결국 돈 앞에선 사람과 우정마저도 가볍게 흔들리는 모습이 너무나 익숙한 현실 같았기 때문이다. 모두가 배신할 준비를 하고 살아가는 세상에서 이들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았던 건, 아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자체가 거대한 도둑들의 무대와 다르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영화가 비관적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나는 영화 속 도둑들이 끝까지 품었던 인간적인 감정들에 위안을 받았다. 차갑고 계산적인 게임 속에서도 결국 자신이 지킬 선을 지키려 했던, 작은 인간적 갈등들이 있었다. 돈이나 성공이 전부가 아니라는 듯, 결국엔 누군가를 구하고, 곁을 지켜주고 싶어 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이런 순간들을 보면서 이 영화가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현실에서 사람들은 늘 흔들리고 타협하고 살아가지만, 때론 한순간의 선의를 선택하기도 한다. 그 작은 선택들 때문에 우리는 이 세상을 버텨내는 것 아닐까. 아마 이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돌파했던 이유도 그런 현실적 공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도둑들』은 여전히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화려한 도둑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숨긴 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였다. 영화가 끝난 뒤 극장을 나서며 친구에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우린 모두 도둑일지 몰라. 가진 걸 숨기고, 갖지 못한 걸 훔치고 싶어 하는…" 그리고 이 영화는 바로 그런 우리들의 욕망을 조용히 드러내며, 인간적 위안과 씁쓸한 깨달음을 동시에 선물했다.
이슈
- 대규모 해외 로케이션: 최동훈 감독의 작품 중 처음으로 대대적인 해외 로케이션을 진행했습니다. 홍콩과 마카오 등지에서 촬영이 이루어졌습니다.
- 장기간 촬영: 약 6개월에 걸친 긴 촬영 기간이 있었습니다. 2011년 6월 4일부터 12월 7일까지 촬영이 진행되었습니다.
- 국제적 협업: 한국, 홍콩, 마카오의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함께 작업했습니다. 이는 국경을 넘어선 '도둑들'의 완벽한 팀워크를 보여주었습니다.
- 마지막 촬영 현장의 특별한 분위기: 크랭크업 당일, 자신의 분량이 없음에도 이정재와 전지현이 현장을 방문하여 마지막 촬영을 함께 하며 크랭크업을 축하했습니다.
- 감독의 아쉬움: 최동훈 감독은 마지막 컷을 찍으면서 "오케이 사인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며, 촬영을 끝내고 싶지 않은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관객 반응
- 화려한 캐스팅: 스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 액션 시퀀스: 뛰어난 액션 장면들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 스토리텔링: 반전 있는 스토리와 예측 불가능한 전개가 긴장감을 유발했습니다.
- 연출력: 최동훈 감독의 뛰어난 연출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국제적 인정: 아시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유럽과 미국에서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 복잡한 구조: 다양한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로 인해 일부 관객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했을 수 있습니다.
- 러닝타임: 2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이 일부 관객들에게는 길게 느껴졌을 수 있습니다.
- 캐릭터 발전: 일부 캐릭터들의 깊이 있는 발전이 부족했다는 의견이 있었을 수 있습니다.
- 《오션스 13》 (2007)
카지노 경영자 윌리 뱅크가 오션 일당의 멤버 루벤에게 사기를 쳐 루벤이 심각한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이에 대한 복수로 오션 일당은 윌리의 새로운 카지노 개장 행사에서 대규모 강탈을 계획합니다. 화려한 캐스팅과 복잡한 계획,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가득한 이 영화는 《도둑들》과 유사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 《범죄의 재구성》 (2004)
사기 전과로 출소한 최창혁은 한국은행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사기 계획을 세웁니다. 그는 다섯 명의 최고 사기꾼들을 모아 팀을 구성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깁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생기면서 상황은 점점 복잡해집니다. 《도둑들》처럼 여러 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큰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 《타워 하이스트》 (2011)
뉴욕의 고급 아파트 직원들이 펜트하우스에 사는 억만장자가 자신들의 연금을 횡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에 그들은 억만장자의 금고에서 돈을 훔치기로 결심하고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벌어지면서 계획은 점점 복잡해집니다. 《도둑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인물들이 모여 큰 강탈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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