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콘돔
리뷰
개봉일: 1997년 3월 1일
감독: 양윤호
각본: 박계옥
연출:
양윤호
장르: 코미디
제작사: 영화제작소1927
배급:
대우시네마
상영시간: 98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 김혜수: 성희 역
- 김호진: 성호 역
- 이경영: 경호 역
- 정초신: 담당의 역
- 문영동: 삼식 역
- 구혜령: 삼식아내 역
영화 '미스터 콘돔'을 처음 봤을 때, 그 유쾌한 웃음 속에 담긴 씁쓸한 현실을 깨닫고 나서 문득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 시절, 나는 결혼을 하고 난 후, 아이를 가질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나와 내 아내는 아직 '아이'라는 존재가 우리 일상에 끼어드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 영화 속 성희와 성호 부부처럼, 우리도 딩크족의 삶을 꿈꾸며 살아갔던 때가 있었다. 그때의 나는 그저 그들이 겪는 갈등을 웃으며 봤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들의 이야기 속에 담긴 무게가 가슴 깊이 스며들었다.
'미스터 콘돔'은 1997년 3월 1일 개봉 당시, 당대 한국 사회에서 급격하게 등장한 딩크족 문화와 저출산 문제를 주제로 다룬 코미디 영화였다. 나는 이 영화가 단순히 웃음만을 제공하는 영화가 아니라, 그 이면에 사회적 문제를 풍자하며, 깊은 사유를 유도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주제,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딩크족의 삶은 그 당시 많은 이들에게 생소하고도 새로운 것이었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염려하는 신호탄과도 같았다.
영화는 항공사에서 근무하는 성희(김혜수)와 성호(김호진) 부부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시작된다. 이들은 결혼 3년 차에 접어든 전형적인 딩크족 부부로, 신혼의 달콤한 삶을 즐기고 있다. 이들의 생활은 자율적이고 자유로워 보이지만, 성호는 어느 날 아내 성희에게 아이를 가지자고 제안하며 갈등이 시작된다. 성희는 아직 부모가 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성호는 끊임없이 아이를 가질 방법을 모색한다. 이 지점에서 나는 성호의 절박한 모습에 공감하면서도, 성희의 신중한 태도가 더 이성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호는 회사 선배인 경호(이경영)의 조언을 받아 아내를 임신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그들의 모든 시도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다. 특히 성희가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부부의 갈등은 절정에 달한다. 이 순간, 나는 '우리가 아이를 가질 때까지'라는 생각에 집착하며 서로의 감정보다 임신이라는 목표에만 몰두하는 부부를 보며, 인간 관계에서 종종 발생하는 목적 지향적인 사고를 반성하게 되었다.
영화는 성희와 성호가 과학적인 방법에서 민간요법까지, 임신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과정을 그리며 웃음을 선사하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문제는 그리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임신을 위한 필사적인 시도 속에서 점차 지쳐가고, 서로에 대한 애정보다는 임신 자체에 집착하게 된다. 여기서 나는 과거 내 자신을 떠올렸다. 일상이 너무 바쁘고, 목표에 몰두하다 보면 그 본질을 잃고, 순간의 소중함을 놓칠 때가 많았다. 결국, 이 영화는 임신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이 달려가는 부부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내면서도,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숨겨진 압박과 문제들을 잘 포착하고 있었다.
김혜수와 김호진의 연기는 탁월했다. 김혜수는 현대적인 여성의 자유로움을, 김호진은 전통적인 가치관을 지닌 남성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며 이 영화의 큰 매력 중 하나였다. 나는 그들의 연기 속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갈등을 본다. 그 갈등은 단지 임신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겪는 삶의 중압감에 대한 은유처럼 느껴졌다.
'미스터 콘돔'은 당시 1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평단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비평가들은 감독 양윤호의 전작 '유리'와 비교하며 상업성에 치우쳤다고 비판했지만, 나는 이 영화가 그 어떤 심각한 사회적 문제도 코미디라는 형식을 통해 풀어낸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한국 사회는 급격히 변화하고 있었고, '미스터 콘돔'은 바로 그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작품이었다.
나는 이제 영화 속 성희와 성호의 갈등을 바라보며, 그들의 이야기가 단순한 코미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느낀다. 그들의 불임 투쟁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저출산 문제와 가족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를, 유머와 풍자의 형태로 잘 전달했다. 그들이 갈망했던 '아이'는 결국 단순한 생명의 생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에 대한 해석이었으며, 그 안에는 많은 이들이 겪는 고민과 갈등이 녹아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이 영화에서 본 것처럼, 나의 인생 속에서도 '목표'라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면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되는 순간이 올 수 있음을 경계하며 살아가고 있다. '미스터 콘돔'은 그렇게 나에게 과거를 되돌아보게 만들었고, 지금의 내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할지를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만들었다.
이슈 및 관객 반응
이슈
- 영화는 당시 사회적 이슈였던 딩크족과 저출산 문제를 코믹하게 다루었습니다. 이는 1990년대 한국 사회의 변화하는 가족 가치관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주연을 맡은 김혜수와 김호진은 당시 인기 있는 배우들이었으며, 이 영화를 통해 젊은 부부의 모습을 코믹하게 연기했습니다.
- 영화는 전국 관객 15만 명을 동원하며 나름의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당시 한국 영화 시장에서 상당한 성과였습니다.
- 영화의 제작사는 '영화제작소1927'이었으며, 배급은 '대우시네마'가 맡았습니다. 이는 당시 한국 영화 산업의 구조를 보여주는 일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영화의 상영 시간은 98분으로, 일반적인 장편 영화의 길이에 해당합니다.
관객 반응
- 영화는 전국 관객 15만 명을 동원하며 나름의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당시 한국 영화 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로 볼 수 있습니다.
- 김혜수의 재치있는 연기가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당시 사회적 이슈였던 딩크족과 저출산 문제를 코믹하게 다루어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 영화의 내용이 지극히 단선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아이를 가지려는 부부의 갈등이 반복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 웃음의 형식이 아이를 매개로 한 부부 코미디물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치기와 과장으로 치닫는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후반부의 상투적 갈등과 화해가 길게 이어져 김혜수의 재치있는 연기를 희석시켰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 일부 관객들은 영화가 노골적이고 유치한 섹스와 성 얘기를 과장된 상황과 연기로 반복한다고 느꼈습니다.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
- 닥터 봉 (1995)
사랑하는 아내와 사별하고 초등학교 1학년 아들 훈(이정)을 키우며 살아가는 치과의사 봉준수(한석규)는 예쁜 여자 앞에서 삼촌으로 불리고 싶어하는 바람둥이입니다. 어느 날 같은 빌라에 사는 여진(김혜수)이 준수의 차에 흠집을 내면서 둘은 앙숙이 됩니다. 그러나 준수도 모르는 사이에 아들 훈은 여진과 친해집니다. 훈은 여진이 새 엄마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버지와 여진에게 각각 멋진 상대를 소개해주겠다며 환상을 심어줍니다. 준수와 여진은 훈이 말하는 사람이 누군지 모른 채 기대를 갖게 되고, 결국 둘은 멋진 만남을 갖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코믹한 상황들과 세 사람의 관계 변화가 유쾌하게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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