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Blood: The Last Vampire)

리뷰

개봉일: 2009년 6월 11일
감독: 크리스 나흔
각본: 크리스 차우
연출: 크리스 나흔
장르: 액션, 공포, 스릴러
제작사: 프랑스 파르테, 홍콩 에드코, 프로덕션 I.G
상영시간: 86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한국 기준)

  • 전지현: 사야 역
  • 앨리슨 밀러: 앨리스 맥키 역
  • 고유키: 오니겐 역

"블러드"를 보면서, 어릴 적 한 번은 벽에 큰 구멍을 뚫어놓고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낸 기억이 떠올랐다. 벽 속에 갇힌 것 같으면서도, 그 구멍을 통해 무언가를 보거나 느낄 수 있다는 상상 속에서 자유로움을 찾았던 기억 말이다. "블러드"도 그런 의미에서 나를 자꾸 떠오르게 만든 작품이었다. 흡혈귀라는 전통적인 장르를 다루면서도, 서양과 동양의 경계를 허물고 그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내려는 시도가 인상 깊었다.

사야라는 주인공이 맞서는 최강의 흡혈귀 오니겐을 보며, 내가 겪었던 힘든 시절이 떠오른다. 그 시절에도 나름의 강점과 장점을 내세워 싸웠지만, 그와 동시에 내 안에서 갈등과 정체성의 혼란을 느꼈던 순간들이 있었다. "블러드"의 주인공처럼, 내가 겪었던 그 순간들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기도 했고, 그런 불확실성 속에서 나만의 길을 찾으려 노력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전지현이 연기한 사야의 캐릭터는, 마치 내가 선택해야 했던 수많은 길 중 하나를 선택한 후 그 선택의 무게를 지고 싸워나가는 사람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사야가 맞서 싸우는 오니겐은 단순히 적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불확실성’ 또는 ‘내면의 어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가진 강렬한 액션 씬과 눈에 띄는 캐릭터들이 나는 마치 내 청춘 시절의 에너지처럼 다가왔다. 나 역시 어느 순간, 청춘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나만의 전투를 해야 했고, 그 속에서 나만의 싸움을 이어갔다. 사야가 그렇듯, 그 싸움에서 중요한 건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어떤 본질을 깨닫느냐는 점에서 이 영화는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또한, "블러드"는 국제적인 협업과 다국적 배경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로서, 영화가 어떻게 다양한 문화를 아우르며 전 세계 관객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좋은 사례를 보여주었다. 그 시절의 나도 다문화적인 환경에서 자라나며, 다양한 생각과 문화가 얽히는 가운데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나가야 했다. 영화 속 캐릭터들이 서로 다른 세계에서 오면서도 하나로 결합되듯, 내가 살아온 환경에서도 그 같은 융합과 공감의 과정을 겪어왔다.

"블러드"는 단순한 액션 영화에 그치지 않고, 그 너머의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 그리고 선택에 따른 결과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마치 내가 선택한 길이 끝없이 펼쳐지던 그 시절처럼, 영화는 그 경계를 넘어서는 여정을 그려낸다. "블러드"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이유는 그 속에 우리 모두가 겪는 감정의 본질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슈 및 관객 반응

이슈

  1. 전지현의 부상 사고: 와이어 액션 장면을 촬영하던 중 전지현이 대형 크레인에 달린 카메라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인해 전지현은 부상을 입었습니다.
  2. 극도로 힘든 촬영 조건: 전지현은 인터뷰에서 "죽을 만큼 힘들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촬영 과정이 고됐습니다. 특히 한 달 동안 매일 밤 비를 맞으며 골목에서 미군 장교의 딸을 구해내는 장면을 촬영해야 했습니다.
  3. 혹독한 사전 트레이닝: 전지현은 생전 처음 시도하는 본격적인 액션 연기를 위해 촬영 전 3개월 동안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았습니다.
  4. 체중 감량: 영화 촬영 이후 전지현의 얼굴이 유난히 야위어 보일 정도로 체중이 감량되었습니다. 이는 촬영이 얼마나 고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였습니다.
  5. 영어와 운동에 대한 관심 증가: 전지현은 '블러드' 촬영을 계기로 영어와 운동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6. 파격적인 연기 변신: 전지현은 이 영화에서 잔인한 액션 연기와 함께 파격적인 혼혈 뱀파이어 역할을 맡아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관객 반응

  1. 화려한 액션 장면: 전지현의 검무 장면, 특히 초반 골목길에서 수백 명의 뱀파이어와 대결하는 장면이 영화의 백미로 평가받았습니다.
  2. 시각적 효과: '씬 시티'와 같은 만화적인 표현으로 피 튀기는 장면을 잔혹하지 않게 표현한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었습니다.
  3. 편집과 속도감: 감독의 빠른 편집이 영화에 속도감을 더해주었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4. 연기력 논란: 전지현의 감정 전달이 아쉽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특히 복잡한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 부족함이 지적되었습니다.
  5. 원작과의 괴리: 애니메이션 원작에 비해 주인공의 능력이 과도하게 강화되어 원작의 느낌을 살리지 못했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6. 왜색 논란: 일본 작품을 원작으로 한 점에 대해 일부 관객들 사이에서 논란이 있었습니다. 다만, 일부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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